131117 내려놓음으로 누리는 하늘의 복


어느 새 겨울이 성큼 다가와서 내 몸 주의에 맴돌고 있다. 곱게 물들었던 나뭇잎들은 이제 자기 몸에서 떨어져 나와, 나무 밑둥치 주변에 조용히 쌓이고 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서 자기 몸의 일부까지라도 아낌없이 내어놓는다.

우리는 가지고 있던 것이 사라질 때, 빼앗긴다는 느낌에 놓지 않으려고 더 움켜쥐게 되고 잃어버린다는 상실감에 더 아파한다. 사실 우리가 태어나면서 가지고 온 것이 없었으니, 모두가 주어진 것 속에서 살아왔고 누려왔는데 마치 내 것인 양 움켜잡고 그것으로 자랑하고 안주하려고 하지 않는가? 푸른 잎으로 무성하게 단장할 때가 있는가하면 마지막 아름답게 물들었다가 미련 없이 훌훌 벗어버리는 때가 있다. 있다고 해서 자랑하지 않고 없어진다고 해서 낙담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삶의 가치와 근원을 내가 가진 것에 두지 않고 영원하신 하나님께 둘 때 일 것이다.

정말 소중한 것은 움켜잡으면서 가지게 되는 것보다 내어줌을 통해서 누리게 된다. 야곱의 인생이 이스라엘의 인생으로 바뀌게 된 것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놓으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형과의 화해도 자신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형을 높일 때 가능했다. 예수님도 자신을 십자가에 내어주심을 통해 온 인류에 생명을 주시는 주가 되셨다. 주는 자에게 주님이 흔들어 넘치도록 안겨 주시는 것은 단지 물질적인 양에 대한 것 이상으로 우리 영혼이 누리게 되는 비교할 수 없는 하늘의 기쁨과 은혜가 아니겠는가?

진정 영원한 것은 내 손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누리는 것에 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영원한 복은 천국 공동체 안에 있다. 하나님이 인생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시는 목적도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을 함께 나누기 위함이었다. 하나님이 주시는 영원한 생명은 하나님과 더 없는 기쁨의 영원한 교제이다. 소유욕망의 늪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내어 줌으로 오는 하늘의 복을 함께 누리고 싶은 마음이 십자가의 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