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030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가?

올 여름처럼 무더웠던 때는 없었던 것같다.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어느 새 우리 곁을 떠나가고 가을의 높은 하늘을 피부적으로 느끼지도 못했는데 벌써 싸늘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늘 푸른 잎으로 우리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던 나뭇잎이 울긋불긋 색깔을 내더니 곧 바람에 날리는 낙엽이 되어 길거리에 날리고 있다. 마치 우리의 삶을 보는 것같다. 젊은 시절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하였다. 무엇이 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 해도 겁내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헤쳐 나가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뜨거운 열정도 어느 새 우리 삶에 지난 날의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희긋희긋한 머리를 하면서 우리 인생을 정리해야 하는 시기로 갑자기 눈 앞에 다가섰다는 느낌을 받는다.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는 자기 자신의 가지고 있던 것들을 벗어던지고 적나라한 모습이 된다. 우리 인생에 마지막에 남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우리 손에 아무리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도 다 놓아야 할 그 때가 온다. 심지어 우리가 호흡하는 그 숨마저 끊어질 그 날이 오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에 남겨진 것이 없이 훌훌 떠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인생은 거저 허무함으로 끝나버릴 것 같다. 사실 우리 자신만을 보면 헛되고 헛될 뿐이라는 것을 이미 지혜자는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그런 인생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 오직 한 가지 그래도 마음에 위로와 소망을 주는 것은 우리를 창조하시고 우리를 영원한 세계 안으로 이끌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열정적인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실수 투성인 우리 삶에도 그래도 밝은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소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들며, 아무 것도 없이 세월이 갈수록 움켜진 것이라도 놓아야 할 그런 세월이라 할지라도 우리 마음에 남는 것은 우리 자신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계시는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이다.

흩날리는 낙엽을 보면서 다음 세상을 보게 된다. 우리에게는 소망이 없지만 하나님의 더 큰 사랑과 은혜가 우리 안에 남겨져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다 놓고 가지만 하나님 사랑은 영원히 남기에 휘날리는 낙엽에도 여유를 가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9 210627 죄인의 친구라 불리셨던 예수님 이상문목사 2021.07.23 40
368 210620 우리를 향한 주권적 사랑, 선택 이상문목사 2021.07.17 309
367 210613 신부가 신랑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상문목사 2021.07.09 66
366 210606 예루살렘의 멸망을 외치는 예레미야 이상문목사 2021.06.25 122
365 210530 은혜와 진리이신 예수님 이상문목사 2021.06.18 50
364 210523 찔레꽃 향기가 진동하네 이상문목사 2021.06.11 40
363 210516 푸르름에 가득한 나무를 보면서 이상문목사 2021.06.05 40
362 210509 어머니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이상문목사 2021.05.29 44
361 210502 교회를 날마다 말씀으로 새롭게 이상문목사 2021.05.22 46
360 210425 복음을 혼잡되게 하지 말라 이상문목사 2021.05.15 44
359 210418 봄의 온기같은 성령의 은혜를 주소서 이상문목사 2021.05.07 71
358 210411 봄의 향연 이상문목사 2021.04.30 44
357 210404 부활은 새 세상의 도래를 의미한다. 이상문목사 2021.04.24 41
356 210328 종려주일을 맞이하면서 이상문목사 2021.04.16 49
355 210321 혐오대상이었던 그리스도인 이상문목사 2021.04.09 47
354 210314 윤리의식 부재 이상문목사 2021.04.02 45
353 210307 봄이 오는 소리 이상문목사 2021.03.27 53
352 210228 우리의 자랑인 그리스도 이상문목사 2021.03.19 38
351 210221 하나님의 비밀인 그리스도 이상문목사 2021.03.12 37
350 210214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 이상문목사 2021.03.05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