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주의와 이교사상의 차이점과 공통점

속죄를 이루는 원천이 자기 인식이다. 영적인 차원에서 자아를 아는 것이 ‘실재’와의 연합에 이르는 길이다. 자아를 통해 신성을 아는 지식이었다. 이는 신성에 몰두하고 거기에 흡수되어 고유한 개별성과 인간성을 잃어버린 자아에 대한 지식이었다. 이교사상과 영지주의는 이렇게 창조주와 창조된 자아 사이에 구별을 상실한 일원론을 공유한다. 영지주의는 이중적인 전제가 기초를 두었다. 신학이 인간론에 지나지 않는다. 신성의 단편이 자기 내면세계의 어딘가에 머물고 있다고 믿었다. 두 번째 전제는 인간이 비틀거리고 고통하고 실수하는 이유가 죄가 아니라 무지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수그리스도가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가져다준다는 성경적인 지식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자기 인식의 통찰력을 높이 평가하였다. 죄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영지주의가 철학적으로 이원론 혹은 반이원론이었다면 구원론에 있어서는 자연주의였다. 교회가 그리스도를 성육신하신 하나님이라고 해서 그리스도의 인격을 오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영지주의의 주요 핵심이다. 더 나아가 하나님의 계시가 실제의 역사적인 사실들과 결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해석학적으로 근본적인 오류에 빠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의 지상사역은 절대로 불가능하며 이런 사건은 이미지에 불과했다. 그 사건은 구원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부여주는데 기여한다고 페이절스는 말하였다. 영지주의는 자신들이 깨달은 지식이 믿음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교리로 형성되고 교리에 따라 좌우되는 기독교의 반대편에 섰다. 영지주의자는 자아를 통한 깨달음을 추구했기에 이해자체가 계시적인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영지주의는 이교사상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 있다. 이교사상은 자연에 대한 것이지만 영지주의는 자연으로부터 도피한다. 영지주의자는 흠있고 암울하고 불길한 세계 안에 갇혀 있다고 이해했다. 이점에서 영지주의자는 이교 사상의 핵심인 범신론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이교사상과 연결점이 있다. 즉 자연숭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스러운 것에 접근하는 방식에 있다. 삶에서 떨어져 나와 표류하는 자신, 삶과 어울릴 수 없는 자신, 어설프게 만들어진 창조의 숨 막힐 듯한 복잡성과 온갖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으로 향하는 출구를 제공하는 자신을 체험하는 ‘가장 깊은 내면의 자아’를 통해 성스러운 것으로 나아가려고 한다.(웰스의 '위대하신 그리스도' 4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