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관과 수치감의 차이(고대와 현대)


고대 세계에는 우리가 덕목으로 생각하는 독자성, 자율성, 독립심이 설 자리가 없다. 고대 세계에서 개인은 자신이 속한 단체를 기준으로 그 테두리 안에 놓여 있었는데 자신이 얻은 위신도 바로 자신이 속한 단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명예가 돈보다 휠씬 큰 가치가 있었다. 개인의 정체성은 가족 지방 종족 직업이나 조합 등과 같은 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되었고 사회의 맥락에서 분리된 내면 자아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었다.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단체의 성취가 되었고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단체의 실패로 여겼다. 체면을 잃는다는 것은 남들에게 자신이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거나 다른 사람의 가족 동네 직장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무례한 사람으로 생각되어서 당혹감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개인주의화되고 자아도취적인 미국문화에서는 다른 사람을 향한 윤리적인 책임에 대해 둔감하고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으로 쉽게 당황한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가 아니라 자신이 남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취는가를 질문한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자아도취증의 뒷모습이다. 여기서 피해자는 단체가 아니라 자아다. 이런 체험 속에서 위축되고 고갈되는 것은 자아다. 자신에게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이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도 죄의식이 아니라 바로 이런 수치감이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주관화된다. 이것은 심리적인 것이지 사회적인 것이 아니다. 요즘은 수치심이 이렇게 주관화되고 심리적이라는 점에서 우리 문화는 전통적인 ‘수치의 문화’와 다르다.(웰스의 '윤리실종' 5장에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8 자아의 중심을 잃어버린 현대인 이상문목사 2013.09.07 4813
67 하나님의 섭리의 핵심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을 통한 구원 사역 이상문목사 2013.10.19 4812
66 오늘 교회가 단념해야 할 것들 이상문목사 2013.10.26 4809
65 '여행'의 이미지에서 전통적인 기독교과 신흥 영성 추구자들의 차이점 이상문목사 2014.03.09 4806
64 기독교의 진리관과 고대 타종교의 진리관의 차이점 이상문목사 2013.09.03 4803
63 뉴 에이지 영성과 고대 영지주의의 세 가지 비슷한 점 이상문목사 2014.03.23 4802
62 누가 복음주의를 소유하고 있는가? 이상문목사 2013.08.19 4797
61 포스트모더니즘 영성의 신비주의적인 특성 이상문목사 2013.11.10 4785
60 현대 기독교인들의 주된 관심사 이상문목사 2013.11.17 4779
59 교회를 기업처럼 운영한다면 이상문목사 2013.09.20 4777
58 죄가 망각되는 근본적인 이유 이상문목사 2014.01.12 4776
57 현대인의 삶의 중심에 등극한 자아 이상문목사 2013.12.08 4763
56 자아에 대한 사랑을 하나님께 대한 사랑으로 이상문목사 2014.01.28 4758
55 도덕관념에 있는 외부 좌표와 내부 좌표 이상문목사 2013.12.29 4753
54 기독교를 세속화시킨 계몽주의 이상문목사 2014.02.02 4751
53 일상생활에서 윤리실종의 증거 이상문목사 2013.11.24 4742
52 ‘하나님이 가볍게 되었다’ 이상문목사 2013.09.28 4738
51 쇼핑몰이 현대인에게 주는 의미 이상문목사 2013.12.01 4735
50 '하나님의 가벼움'을 치료하기 위해 신론을 바꾸라 이상문목사 2013.09.28 4735
49 하나님의 초월성에 대한 세 가지 큰 범주 이상문목사 2013.10.05 4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