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관과 수치감의 차이(고대와 현대)


고대 세계에는 우리가 덕목으로 생각하는 독자성, 자율성, 독립심이 설 자리가 없다. 고대 세계에서 개인은 자신이 속한 단체를 기준으로 그 테두리 안에 놓여 있었는데 자신이 얻은 위신도 바로 자신이 속한 단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명예가 돈보다 휠씬 큰 가치가 있었다. 개인의 정체성은 가족 지방 종족 직업이나 조합 등과 같은 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되었고 사회의 맥락에서 분리된 내면 자아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었다.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단체의 성취가 되었고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단체의 실패로 여겼다. 체면을 잃는다는 것은 남들에게 자신이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거나 다른 사람의 가족 동네 직장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무례한 사람으로 생각되어서 당혹감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개인주의화되고 자아도취적인 미국문화에서는 다른 사람을 향한 윤리적인 책임에 대해 둔감하고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으로 쉽게 당황한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가 아니라 자신이 남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취는가를 질문한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자아도취증의 뒷모습이다. 여기서 피해자는 단체가 아니라 자아다. 이런 체험 속에서 위축되고 고갈되는 것은 자아다. 자신에게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이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도 죄의식이 아니라 바로 이런 수치감이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주관화된다. 이것은 심리적인 것이지 사회적인 것이 아니다. 요즘은 수치심이 이렇게 주관화되고 심리적이라는 점에서 우리 문화는 전통적인 ‘수치의 문화’와 다르다.(웰스의 '윤리실종' 5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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