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관념에 있는 외부 좌표와 내부 좌표


외부 좌표는 우리가 창조주 하나님을 얼핏 볼 수 있는 창조의 무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창조는 그 자체의 구조, 질서정연함, 아름다움, 디자인으로 그 너머에 존재하는 창조주를 증언하고 있다. 하나님은 순전히 자연적인 것에 해당하는 모든 부분의 외부에 계시며, 자연적인 것에 대한 유일한 설명이다.

내부좌표는 우리의 인간 본성이 우리가 도덕적인 존재일 뿐아니라 윤리적인 책임이 있다는 불안한 깨달음을 의식 속에 새긴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본성적인 이 덕성은 충분히 이해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회피될 수 없는 것이다.

외부좌표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지식을 우리에게 전해준다면 하나님의 도덕적인 성품에 대한 우리의 직접적인 지식은 다른 좌표 곧 내면에 존재하는 윤리적인 삶의 구성에서 가장 신속하게 나타난다. 이 내면의식은 잘못 해석될 수도 있고 장시간에 걸쳐 순화될 수도 있지만 사라지지 않고 불안감의 원천으로 남게 된다. 하나님에 대한 진리와 윤리적으로 옳은 것에 대한 진리는 타락한 본성을 가진 인간이 제시하는 가치에 따라 만들어지지 않는다. 창조 때부터 우리는 자신이 그 앞에서 서있는 하나님에 대한 어렴풋한 지식과 삶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식을 어느 정도 가지면서도 자기 내면에서는 그 지식을 무시하고 자기 본분을 잊어버리려는 충동만 발견한다. 사도 바울은 “핑계하지 못하게”(롬1:20)하는 것은 바로 이런 내면적인 모순이다. 이렇게 불현하거나 불필요한 지식을 억누르는 장치는 타락한 본성의 숨길 수 없는 표시이다. 우리 문화에서 죄의식이 실종되고 수치심이 죄의식을 대신하게 된 현상도 “자신의 불의로 진리를 막는”사람들(롬1:18)에 대한 증거이다. 인간 본성이 문화를 초월한 윤리의 진실과 관계있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의 본성 자체가 신호를 보낸다. 우리 삶이 윤리적으로 한결 더 초라해질수록 우리 본성은 우리에게 한층 더 큰 소리로 항의한다. 이런 모순이 창조와 죄사이의 모순이다. 이런 모순은 외부에 존재하는 모순이 아니라 존재 내면에 지니고 있는 모순이다. 존재론적 모순의 중심에는 자율 이성, 곧 하나님과 외부 세계에서의 해방을 선포한 자기 선언이 있다. 스스로를 죄인으로 깨닫는 것은 자기 내면에 있는 모순의 본질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다.(웰스의 '윤리실종' 5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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